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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압사 참사, 우리는 아직도 人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소셜 인사이트 2022. 10. 30. 18:06
10월 29일 밤 사상자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 부근 도로 이태원 압사 참사의 모든 피해자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악몽 그 자체이다. 대체 대한민국은 어떤 나라이길래 이렇게 빈번하게 대참사가 발생하는 것일까. 무섭고 충격적이고 착잡하고 혼란스러워 눈물만 날 뿐이다.
할로윈 데이 주간을 맞이하여 10만명 이상이 몰린 이태원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 되었다. 몇 년 사이에 소위 '젊은이들의 축제'로 받아들여진 할로윈 데이는 대학생, 2030 사이에서 10월 말 주간을 재미있고 자유롭게 놀고 싶다면 당연히 가야하는 연례 행사가 되었다. 또한 해외에서 할로윈 데이를 경험하고 온 유학생이나 젊은 대학생들이 많아짐에 따라 서울 한복판에도 할로윈 데이는 안착하게 되었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할로윈 데이를 즐기게 되고, 이태원이라는 조그마한 동네가 할로윈 데이의 집결지로 인식되게 되었으며, 더 나아가 3년간의 코로나 봉쇄로 할로윈 데이가 그 동안 만족스럽게 열리지 않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노 마스크로 할로윈을 즐길 수 있게 되면서, 말 그대로 대규모의 사람들이 몰리게 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번 이태원의 할로윈 데이에 최대 규모의 사람들이 몰린 연유일 것이다. 이번에 할로윈 데이를 맞이하여 이태원을 방문한 사람들만 무려 10만명 이상이며, 수많은 사람들이 사상 또는 부상을 당하며 아직 신원조차 파악하지 못한 사상자들이 많다고 한다. 다시 한 번 더 모든 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사전에 막지는 못했을까
2022년 10월 30일 오후 2시 기준 피해자는 총 233명이다. 사상자는 151명이며 그 중 여성은 97명, 남성은 54명이다. 중경을 합쳐 부상자는 82명이다. 이는 세월호 이래로 단일 사고로 발생한 최대 규모의 피해라고 한다.
대한응급의학회 공보이사를 맡고 있는 류현호 전남대 응급의학과 교수는 BBC 인터뷰에서 "질식으로 인한 호흡 곤란으로 발생한 심정지"를 대표적인 사망 원인으로 꼽았다. 몸이 심하게 눌리면서 가슴이 직접 압박되고 그로 인해 기도가 막혔을 거라는 것이다. 실제로 사망자의 대부분의 복부는 크게 팽창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에 당시 현장에서는 구급대원 인력만으로는 대응할 수 없자 CPR을 시행할 수 있는 군복무자 또는 사람들을 모집하여 시민들과 함께 대규모로 CPR을 진행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수많은 사상자가 한꺼번에 발생하면서 즉각적인 응급 대응에는 한계가 있었다고 한다. 또한 수많은 인파로 인해 구급차와 경찰 병력들이 사건 현장 한가운데로 바로 진입하는데 한계가 있었고, 더 나아가 할로윈 데이라는 상황의 특수성으로 경찰복을 입고 있는 경찰들을 코스프레 복장으로 오해하여 즉각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부상자들의 피해가 더욱 컸다고 한다. 이에 인근 병원으로 옮겨가는데에 골든타임을 놓쳐 저산소성 뇌 손상이 왔고, 현장에서의 응급조치에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이다.
과거에도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 수차례 압사 사고가 발생하였다. 하지만 이번 이태원 참사처럼 대규모의 피해 사례로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전까지 가장 큰 압사 피해를 냈던 사고는 바로 1959년 7월 17일 부산 공설운동장에서였다. 당시 시민 위안잔치에 참석했던 관중 3만여 명이 소나기를 피하고자 좁은 출입구로 한꺼번에 몰렸고, 이에 67명이 압사했다. 1996년 12월 16일 대구 달서구 대공연장에서는 대구 MBC '별이 빛나는 밤에' 공개 방송을 보러 온 학생 2명이 인파에 깔려 압사당했고, 1992년 2월 17일 서울 잠실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는 미국 그룹 '뉴키즈 온 더 블록'이 공연 하던 도중 고교생 1명이 군중에 짓눌려 숨지기도 했다. 규모는 적었지만 분명 압사 사고는 대한민국에서 대규모 행사가 있을 때마다 항상 발생했다. 그렇기에 대규모 행사가 열릴 때마다 압사에 대한 경우의 수를 생각해야만 했다. 그동안 충분히 생각하고 대비하고 정책화할 시간은 충분했다. 그렇기에 이번 이태원 참사는 인재이다.
이번 이태원 참사가 인재라는 주장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 번째는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그동안의 압사 사고들과 할로윈 데이 행사에 대한 배움과 대비가 한없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즉, 미흡한 사전 대응이다. 시도처는 할로윈 데이에 많은 인파들이 몰릴 것을 에상하여 주간에는 경찰과 소방인력들을 더욱 많이 배치했어야 했고, 압사가 일어날 것을 대비하여 압사 사고 매뉴얼을 사전에 만들어 교육시켰어야 했다. 하지만 경찰 인력은 10월 29일 서울 광화문과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서 발생한 대규모 집회에 분산되어 배치되었다. 이에 이태원 현장에 소방 인력 투입이 지연되면서 사건 발생 1시간 후에야 대응 1단계가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오늘 30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긴급브리핑에서 "코로나 19 유행 이전 예전과 비교했을 때, 사고 당일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었다"라고 밝히며, 경찰 인력을 미리 배치했더라도 해결될 문제는 아니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이는 이태원 인파를 간과한채 사건 발생 가능성을 외면한 것밖에 되지 않는다. 또한 아무리 인력을 적게 배치하였다 하더라도 사전에 사고가 발생할 지역과 골목을 답사하여 봉쇄하는 것은 가능했을 것이다. 정부처와 시도처에서 할로윈 데이 행사의 '주최자'가 정부지처 쪽이 아니라는 것을 맹신한채 책임 회피론으로 갔던 것은 아니었나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다. 다시 말하자면 행정기관의 예방 체계가 완전히 무너졌기 때문에 사건이 벌어진 이후에도 신속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아 추가 피해를 키우게 된 것이다.
두번째는 지형적 문제 그 자체에 있다. 좁고 가파른 지형으로 인해 사고가 겹겹이 더욱 커진 것이다.
사건이 발생한 해밀톤 호텔 주변 도로는 굉장히 면적이 좁고 경사가 가파른 지역이었다. 또한 해당 호텔 인근에는 바로 서울 지하철 6호선 출구가 있는데다가 다수의 클럽으로 갈 수 있도록 되어 있어 길을 내려오는 인파와 클럽에 들어가려고 하는 인파가 섞이면서 통행이 막혔고, 거기에다가 지형적으로 가파른 도로에서 밀리게 되자 사고가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특히 도로 바로 좌우에는 피할 수도 없이 가게가 위치하고 있어 사람들은 가게 벽 또는 구조물을 잡아 버틸 수 밖에 없었다.
마지막 세번째는 안전 불감증이다.
코로나로 억눌렸던 심리가 한 번에 분출되면서 확산한 안전불감증으로 인해 이태원에는 10만여 명이 넘는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게 되었다. 당시 사람들도 아무리 할로윈 데이라고 하더라도 이만큼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릴지는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정부지자체들과 경찰, 그리고 이태원을 방문한 사람들은 더더욱 조심했어야 했다. 하지만 이를 방관한채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실제로 여러 공영방송들과 인터뷰한 시민 또는 목격자들에 따르면 당시 통행이 막히기 시작하자 기다리다 못한 사람들이 뒤에서 밀치기 시작했고, 이에 앞에서부터 붕괴했다고도 한다. 물론 목격자들에 따라 진술과 목격이 다르고 구체적으로 누가 밀기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다수 익명의 사람들이 당시 지체 상황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채 밀치고 배려하지 않아 사건이 발생한 것은 짐작할 수 있어 보인다.
이에 비슷하게 대규모의 인명 피해를 낳은 세월호의 유가족 한 분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예상 가능했으며, 그렇기에 더더욱 충분히 대비할 수 있었던 참사"라고 주장했다.
더더욱 심각한 것: 사건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 그리고 시민 의식
하지만 지금 더더욱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 사고를 대하는 자세이다. 물론 대다수의 사람들은 해당 사건을 심각한 참사로 보고 실종자들과 피해자들의 유족들과 함께 슬퍼하고 있지만, 몇몇 시민들은 그렇지 않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가장 먼저 문제가 되었던 것은 바로 일부 사람들의 개념없는 인증샷이었다.
사고 당시에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힘을 합쳐 CPR을 하거나 가게 문을 열어 피해자와 부상자들의 구조를 돕고 있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참사 현장을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거나 휴대전화를 들고 숨이 멈춘 피해자를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할로윈 데이를 맞이하여 이태원 현장을 방문한 몇 유튜버들이 이를 놓치지 않기 위해 현장을 생중계하기도 했다. 이에 피해자들의 얼굴과 인상착의는 온라인을 통해 유포되었고,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여과되지 않은 피해자들의 사진이 돌아다니게 되었다.
유튜브 검색창에는 이태원만 검색해도 수많은 자극적인 제목으로 영상들이 올라와져있다. 또한 소셜 미디어에는 구급차 수십대가 출동하여 환자들을 구조하고 있는 와중에, 무슨 일이 있는지 몰랐던 사람들 수십 명이 단순 행사인줄로만 알고 구급 차 옆에서 클럽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동영상이 올라오기도 했다. 구급차를 휴대전화로 촬영하며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은 그대로 온라인에 퍼졌고, 사람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또한 이를 통해 피해자에 대한 책임 회피론도 등장했다. 할로윈 데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코스튬을 입고 분장을 하던 사람들이 피해를 입은 터라 당시 피해자들도 코스튬을 입고 있었는데, 인터넷을 통해 여과없이 피해자들의 모습이 노출되며 '철없다', '죽을만했다', 등의 무개념적인 내용이 디시인사이드 등의 온라인 커뮤니티에 여과없이 올라오고 있다. 정말 같은 한국인이자 인간인지 궁금할 지경이다. 이것은 명백히 고인 모독이다. 디시인사이드라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탄생과 특성 때문에 '일부 사람들만 그럴 것이다'라고 말하겠지만 2022년 4월 기준 한국 커뮤니티 순위 1위는 디시인사이드로, 무려 242.4M의 트래픽을 기록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시민 의식 수준이 보여진다.
또한 계속해서 시국을 파악하지 않고 무개념적응로 영업을 진행한 가게들도 문제로 꼽힌다. 한 총리는 이태원 참사 직후 11월 5일까지를 국가 애도 기간으로 잡고 용산구를 특별재난 지역으로 선포하였다. 또한 사고 사망자 유족들에게는 위로금과 장례비, 부상자에게는 치료비를 지원한다고 했다. 애도 기간에는 모든 공공기관과 재외공관에 조기(弔旗)를 계양하고,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은 애도를 표하는 리본을 패용한다. 이날 브리핑에 참석한 한 총리 역시 민방위복에 검은 리본을 패용했다. 서울시 내에는 합동분향소도 설치될 에정이다. 하지만 사건이 일어난 당일 오전 4-5시께까지 대로변 곳곳에는 할로윈 코스튬을 입은채 술을 마시며 파티를 즐기는 경우가 대다수였으며, 홍대의 한 유명 클럽 관계자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사고 현장을 담은 동영상을 업로드한 뒤 자신의 가게가 더 낫다는 식으로 가게를 홍보하기도 했다.
사고가 발생하면 그 나라의 단면이 보인다.
저출산이다, 고령화다, 청년세대가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 요즘 MZ세대는 어쩌고 저쩌고...
이딴 말을 들여놓기 이전에 청년 세대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하지 않나. 테러가 일어난 것도 아니고, 자연재해 또는 재난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패싸움이 일어났다거나 전쟁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인근 도로나 건물이 붕괴한 것도 아니고, 어떻게 사람들이 모인 환경 그 자체에서 200명이 넘는 피해자가 나올 수 있는 건가. 이게 대한민국이 꿈꾸는 나라인가.
하룻밤을 자고 일어나 뉴스를 보면 항상 참사만 발생한다. 대체 언제 살기 좋은 나라, 자부심을 가지는 나라가 될 것인가. 맨날 사고가 일어난 뒤에 사고 수습만 힘쓸 뿐이지, 그 전에 그 어느 누구도 사고를 예방한다거나 미리 준비하는 행동을 하지 않는다.
세월호가 정치적 싸움의 희생양이 되었던 것처럼, 벌써 이번 이태원 참사도 정치적 싸움의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시민들과 피해자 유족들은 누가 잘했냐 누가 더 못했냐에 대한 잘잘못을 벌써 따지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자에 대한 보상과 철저한 예방 및 대방책 마련, 그리고 이후 지속적인 행동이다. 만약 이번 이태원 참사도 벌써부터 정치적 패싸움의 계기로 쓰인다면, 우리는 세월호에서 한 발짜국도 발전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증이 될 뿐이다. 또한 이번 일로 같은 시민들도 계속 언쟁을 하고 싸우기만 한다면, 우리의 시민의식은 그 뿐인 것이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깊은 애도와 반성, 그리고 이후의 또다른 인재를 만들지 않기 위한 충분한 의식적 행동과 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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