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에 주는 면죄부?" 노란 봉투법에 대해서 알아보자
노란 봉투의 시작
대한민국에서 노동자의 노동쟁의에 손해배상 청구와 가압류 신청이 점점 더 이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여름 성수기를 맞이한 하이트진로의 매출에 큰 피해를 입었다고 판단한 기업은 택배 총파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에게 470억원을 청구했다. 쌍용자동차 역시 마찬가지이다. 2009년, 쌍용자동차는 파업을 진행한 노조와 노동자들에게 총 47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리고 노란 봉투법은 여기 노조와 노동자들을 위한 법이다. 노란 봉투법은 헌법 상 기본권 보장을 위한 노동조합법 개정안을 뜻한다. 2009년 쌍용자동차 파업 이후 노동자들에게 47억원이라는 손해배상액이 청구된 것을 보고, 한 시민이 <시사IN>이라는 사회 잡지에 편지와 함께 노란봉투에 4만 7000원을 담아 보낸 데에서 비롯되었다.
그리고 이 4만 7000원을 계기로 국회에서는 쌍용차 사태에 대한 '정부의 손해배상청구소송 철회' 결의안을 채택했다. 손해배상 청구를 기업에게 법적으로 지시한 것이다. 하지만 쌍용차 노조는 여전히 13년째 법적 투쟁 중이다.
그 사이에 47억원은 손해배상 원금에 20% 가까운 법정 지연 이자가 붙어 현재는 무려 124억원으로 불어났다. 이에 파업 후에는 세상을 떠난 노동자와 외상 후 스트레스로 고통 받는 노동자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쌍용자동차 사태(2009)에 대하여
생각보다 쌍용자동차 사태는 우리와 멀지 않다.
대표적으로 넷플릭스 흥행 드라마인 '오징어 게임'의 주인공인 기훈도 쌍용자동차 사태를 빗댄 극중 사건의 피해자로 그려진다.
극 중 주인공 기훈은 '드래곤 모터스'라는 자동차 기업의 소속 조립 노동차 출신으로 언급된다. 기훈은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기 10년 전 드래곤 모터스가 단행한 대규모 정리해고로 희망퇴직을 당한다. 기훈은 정리해고를 당한 다른 동료들과 함께 투쟁에 나서지만 경찰의 진압현장에서 동료들을 떠나보내고 자기 혼자 쓸쓸히 노년을 준비한다.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를 기억하는 세대들에게 이 드래곤 모터스는 바로 쌍용차 노조 사태를 상기시킨다. 실제로 '오징어 게임'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기훈의 스토리에 쌍용차 사태를 참고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쌍용차 사태가 일어난지 1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에도, 해당 사건이 던졌던 사회적 충격이 여전히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황 감독은 인터뷰에서 절박한 처지의 인물 군상을 표현하기 위하여 실패한 노동자의 대표 페르소나를 선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 사회 마이너리티의 대표적인 인물을 넣고 싶었다"고 말하며, "구조조정에 따른 대량해고와 파업, 이어지는 소송과 복직투쟁, 해고자 및 가족들의 극단적 선택까지 뉴스로 접하며, 중산층이던 평범한 노동자조차도 해고와 자영업의 실패로 가장 밑바닥까지 떨어질 수 있으며,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걸 기훈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쌍용자동차 사태는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사측의 구조조정 단행에 반발하며 2009년 5월 22일부터 8월 6일까지 77일간 벌인 파업이다.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해 위기를 맞은 쌍용자동차는 1998년 대우자동차에 매각되었다가 이후 2000년에 분리되어 채권단에 의해 워크아웃을 받은 후 2002년에 다시 위기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참여정부와 채권단이 2004년 10월 중국의 자동차 제조기업인 상하이자동차에 쌍용자동차를 매각하고, 이에 신차 생산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며 적자가 계속해서 발생하게 되었다. 결국 2009년 1월 9일, 쌍용자동차는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고 이에 2월 6일부터 법원의 회생절차 개시가 결정되었다. 이에 대하여 2009년 4월 8일 경영 정상화 방안으로 총 인원의 36%에 달하는 2,646명에 대한 인력감축안을 발표하자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이 이에 반발하며 사건이 시작되었다.
쌍용자동차 사태가 전사회적 이슈로 커졌던 이유는 기업과 경찰의 과잉대응 때문이었다. 사측은 용역회사와 사측 노동자와 함께 공장진입을 시도했는데, 이 과정에서 공장 안에 있는 파업조합원과 자동차 운전자를 마구잡이로 폭행하여 입원까지 하게 만들었다. 또한 부상당한 파업노동자들의 진료를 위해 들어가려던 의사, 간호사 등의 의료진들은 모두 경찰에 의해 저지되었고, 부송자 후송을 위해 긴급 호출하여 출동한 119 구급차마저 경찰은 제지헀다.
6월 25일부터 8월 5일까지 경찰은 최루액 원액 2천 리터가 섞인 물 20만 리터를 살포했다. 특히 경찰 진압작전 중 최초로 헬기를 이용한 혼합살포가 이뤄졌다. 이에 2009년 8월 3일에 인권단체연석회의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인도주의실천의사협회 등 3개 인권단체들이 경찰의 최루액 살포가 유해하다고 주장하며 사용 자제를 촉구했으나, 경찰청 측은 이에 무해하다고 해명했다.
이렇듯 경찰의 과잉진압과 공장 진입, 그리고 식량 및 물 반입 금지 등이 지속되며 8월 6일, 남아있던 노조원 450여명은 점거 농성을 풀고 해산했으며, 사측 직원은 정상 근무를 시작햿다. 이후 462명 무급 휴직, 353명 희망퇴직, 165명의 정리해고가 이뤄졌다.
쌍용차 사태로 인해 결과적으로 완성차 노조는 완전히 박살되었다. 업계 임금은 완전히 동결되었고, 이후 상당수의 해당 노조가 무너지는 계기가 되었다. 심지어 2018년, 경찰이 쌍용차 사태에서 벌어진 국가 폭력을 인정했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경찰에 사태 악화 책임이 있다고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찰 쪽에서 쌍용차 노동자 67명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액은 현재까지 자연 이자 등을 합쳐 29억이 그대로 동결되어있다.
또다른 쌍용자동차 사태
헌법 제 33조 제 1항은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자주적인 단결권, 단체교섭권 및 단체 행동권을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는 이 3가지 핵심 권리를 노동기본권 중 노동 3권이라고 한다.
노동 3권은 약자인 노동자가 사용자와 교섭세어 실질적인 대등함을 확보해 노동 조건의 결정이나 지위의 향상 등 생존권을 보장받을 수 있게 한,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에 속한다. 하지만 이러한 명시에도 불구하고 최근 노동자 사태를 보면 해당 기본권은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올해 9월, 현대제철 사측은 노조가 요구해 22일 참석 예정이었던 '제 16차 교섭'에 불참했다. 앞서 현대제철 노조는 올해 중순부터 공동으로 임금 단체 협상을 15차례 요구하며 사측에 교섭을 촉구했지만, 사측은 노조별로 임금체계가 다르기 때문에 개별 협상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교섭을 거부해왔다. 또한 현대제철은 노조 파업에 대한 손해보상으로 총 246억원을 청구했다. 거진 1인당 1천만원 이상의 손배소를 건 셈이다.
하이트진로 역시 마찬가지이다. 화물연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고 더욱이 추가 청구를 진행한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지난 8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 25명에게 총 27억 7000만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진행헀다. 2억원 상당의 부동산 가압류 2건, 차량 가압류 1건등이 포함되었다. 기존 11명 대상 5억 8000만원 청구에서 금액 기준 5배 가량 늘린 것이다.
화물연대는 하이트진로의 물류 자회사인 수양물류에 운임 30% 인상, 고용 승계, 공병 운임 인상 등을 꾸준히 요구해왔다. 하지만 15차례에 걸쳐 협상 테이블에 앉았지만 타협점은 찾지 못했다.
노란봉투법 발의
이러한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의 손해배상 청구가 세상에 알려지자 쌍용자동차 노조원들을 돕기 위한 시민사회의 ''노란 봉투 캠페인'이 시작되었고, 이에 노란봉투 캠페인은 '노란봉투법' 추진 운동으로 이어졌다.
정식 명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노동조합의 정당한 쟁의행위에 대한 기업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기업의 손배소와 가압류가 노동자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노동쟁의 과정에서 일어난 폭력이나 파괴로 인한 손해를 제외한 노동자들의 쟁의 행위에 대해 손해배상이나 가압류를 제한하자는 것이다. 기업이 막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내세워 파업을 원천봉쇄할 수 없도록 하자는 움직임인 것이다.
그리고 최근 21대 국회에서 일명 '노란봉투법' 개정안들이 새롭게 발의되었다.
그럼 노란봉투법의 발의된 법안 내용을 살펴보자.
우선 노란봉투법은 쟁의행위의 범위를 확대하되 그로 인한 폭력과 파괴행위는 면책하지 않도록 예외를 뒀다.
'쟁의행위 등이 노조에 의해 계획된 것이라면 개별 근로자에게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한 조항에서도,
'폭력이나 파괴로 인해 발생한 직접 손해에 대해서는 그러하지 아니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즉, 폭력과 파괴의 경우에는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또한 노동쟁의의 대상에 '정리해고'를 포함했다.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당사자도 근로자에 포함하는 등 노조법의 적용범위를 확대했다.
즉, 합법 파업의 테두리가 다른 나라에 비해 너무 좁고 까다로우니 면책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업이 손해배상 소송을 하되, '악용'할수는 없도록 제한을 뒀다.
천문학적인 '손배소 폭탄'으로 노동자들의 생계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손해배상으로 인해 노동조합의 존립이 불가능하게 되는 경우 손해배상 청구를 허용하지 아니한다'고 제안한 것이다.
대신 '손해배상액 상한을 사업장별 조합원 수, 조합비, 노동조합의 재정규모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다'고 명시했다.
정리하자면 노란봉투법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정리해고 및 기타 노동조합 활동을 *쟁의행위에 포함한다. (*쟁의행위: 파업, 태업, 직장폐쇄 기타 노동 관계 당사자가 그 주장을 관철할 목적으로 행하는 행위와 이에 대항하는 행위로서 업무의 정상적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
2) 개별 근로자와 가족, 신원보증인에 대한 손해배상청구를 금지한다.
3) 손해배상액 결정시 법원의 판단기준을 명시한다.
4) 손해배상액 상한을 설정한다. (ex.조합원수 1만명 이상은 손배 청구액 5억원 이하)
노동권이 우선인가 재산권이 우선인가
하지만 경영계와 보수정당들은 이러한 노란봉투법이 헌법상 기본권인 사용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정당한 쟁의행위가 아닌 불법 행위까지 면책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선 현행 노동조합법에서는 '합법적인 단체교섭이나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에 대해서는 노조와 근로자에게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이미 규정하고 있는데, 폭력같은 불법 행위까지 면책 대상에 포함시키면 불법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가 있는 것이다.
경영계를 대표하는 손경식 경총 회장은 특히 지난 국회 환노위원장인 전해철 의원을 찾아가, 노란봉투법이 통과되면 "경제질서가 훼손된다'며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노동권을 강하게 보호하는 프랑스의 경우에도 1980년대에 비슷한 법을 입법하려다가 위헌 논란으로 실패했다.
영국과 독일, 일본 등에서도 불법 행위에는 노조나 개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계와 진보 정당들은 국가정책과 법원의 판례들이 재벌과 경영계 중심으로 운영되어 헌법상 노동삼권(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기존 노조법이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하청 노동자나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원청과의 단체교섭을 하기 어렵기에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실제로 노란봉투법 추진에 앞장서고 있는 시민단체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을 잡고)'의 박래군 대표는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파업을 진행한 노동자들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및 가압류는 힘이 있거나 큰 노조가 아닌 하청 노동자들이나 파견 노동자들, 특수 고용노동자들에게 더 집중되는 경향이 있어 더 문제가 되는 것이다"
즉, 정규직 노동자들은 거대 노조에 소속되어 상대적으로 보호를 받는데 반해, 하청 노동자들은 저임금, 고강도 노동이라는 열악한 근무 환경에 내몰릴 뿐만 아니라 노조 활동마저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다.
보수 정당과 진보 정당의 싸움으로까지
이러한 노란봉투법 발의는 어느새 정당간의 싸움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야당인 민주당은 노란 봉투법을 22대 국회의 중요 입법 과제로 선정하고 정의당과 진보 의원들의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노란봉투법은 정기 국회의 쟁점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법안을 발의한 민주당과 정의당 측은 법안의 내용이 모든 불법행위에 대한 허용이 아니며, '파괴행위를 제외한' 부분에 대한 허요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국민의 힘 측은 노란봉투법이 법과 원칙을 모두 무시한 개정안이라는 입장이다.
국민의 힘 박정하 대변인은 "노란봉투법이 도입되면 사측은 폭력과 파괴로 인한 직접적 손해에만 배상 등을 청구할 수 있는데, 이것이 파업으로 인해 부수적인 피해를 입는 다른 노동자들의 권리를 침해할 뿐만 아니라 기업이 손해배상 청구로 불법 파업에 제동을 걸 수 없게 하여 재산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연
1980년대 경제 호황기 때를 살펴보자.
그때는 업체와 사업자들이 장사가 잘 되니까 노동자들의 임금 인상 등의 요구를 굉장히 잘 올려줄 뿐만 아니라 편법적인 방식으로까지 들어줬다.
이에 점차 경제호황기와 민주노조 운동이 같이 결합되면서 노조라는 것이 굉장히 보편화되고 사람들의 인식에 자리잡았는데, 문제는 이제 현실은 불황기라는 것이다.
또한 한국이 IMF 사태를 겪으면서 비정규직이 증가하고 하청의 재하청 구조, 최저임금으로만 살아가는 아르바이트 또는 프리터 족의 증가로 인해 노동 구조가 급변한 것도 주목해야 한다.
어느새 사회는 소위 '아르바이트만 하고 최저임금만을 받아도 먹고 살만한 사회'가 되었다.
이런 사회 속에서 정규직이 아닌 아르바이트만 하는 사람은 노동에 대한 의견도 내지 못하는 게 되는 것일까?
우리 모두가 정규직이라는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기를 바란다.